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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에게 묻다. 김혜남 작가/의사 [특강/강사섭외/유명인/명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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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남 의사, 작가
김혜남 신경정신과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여러분은 지금 우울한가? 행복하게 보이려고 애쓰지 마라. 불행의 시작은 그것에 있다”
인생엔 정답이 없답니다.
끝까지 견디며 살아보는 수밖에…
베스트셀러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저자 정신과전문의 김 혜 남
올해 초 발간된 김혜남의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갤리온 刊)’는 판매 20만부를 넘기며 심리학 서적으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랐다. 정신분석 전문의인 저자 김혜남은 그동안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 ‘어른으로 산다는 것’ ‘왜 나만 우울한 걸까’ 등의 책을 통해 우울한 현대인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보내며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다. 양재동의 김혜남 신경정신과를 찾았다. 소위 잘 팔리는 책의 저자라는 이름값에 비해 예상보다 규모가 작았다. 엘리베이터에 내렸지만 간판이 안보이고 ‘김혜남 정신분석상담소’라는 팻말만 있다. 투병 생활과 함께 환자를 상담하고 글을 써 왔는데, 최근 몸이 더욱 쇠약해져 규모를 줄이려고 이름을 바꾸었다고 했다. 병마로 꿈을 접는 대신 글을 쓰는 저자라는 선물을 받았다는 그. 그와 나눈 1시간 남짓한 대화가 흡사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연상시켰다면 그에게 실례가 되지 않을런지. 그날은 목요일이었고 약간의 바람과 건조함이 도시를 돌고 있었다.
위트를 담은 낮은 목소리
전화기 너머 들리는 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몇 마디 더 건네기가 주저될 정도였다. 인간정신을 탐구하는 이라서 이런 냉랭함을 가지는가,라는 걱정도 살짝 됐다. 그러나 실제 만나본 저자 김혜남은 차분한 말투 속에 1분을 넘기지 않고 유머와 위트를 ‘날려주는’ 사람. 지난번엔 왜 그렇게 목소리가 가라앉았냐고 하니까 ‘제가 좀 무게를 잡습니다’ 했다. 건강 때문에 목소리에 힘이 없지만 원래 성격은 그렇지 않는 듯했다. 일주일에 사흘만 상담을 받고 나머진 쉬는데, 문을 연 날에도 하루 6명 정도만 상담한다. 그는 한사람의 아픔을 들어주는 일은 차라리 서른 명에게 똑같이 내가 먼저 떠드는 것보다 더 힘들다고 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대화이다.
이번 책이 많이 팔렸습니다.
“제 통장에도 꽤 돈이 들어와 있더라고요.(웃음) 책을 한 권 쓰려면 1~2년 걸리는데 그때는 다시는 안 쓴다 해놓고 얼마 지나면 또 ‘뭐 쓰지?’ 이렇게 돼요. 흡사 애 낳는 엄마들처럼요.”
몸이 아프신데 글까지 쓰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난 내가 글을 쓰리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사실 제 나이 마흔쯤에 아이들 데리고 미국 유학을 가려고 했어요. 제 꿈이었죠. 그런데 그만 병이 와서 꿈을 접어야 했어요. (그는 거동이 약간 불편해 보였다. 병명은 말해주지 않았다.) 세상이 공평한 게 하나를 포기하면 하나를 주더라고요. 병을 앓고 제 꿈을 접으면서 그 에너지가 책으로 나온 것 같아요.”
이번에 서른 살에 주목해서 글을 쓰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요즘은 청소년기가 뒤로 미뤄진 것 같아요. 공부만 하다가 청소년기에 이뤄야 할 정신적 과업을 20대 후반에 겪는다고 할까요. 서른은 경험과 능력이 발휘될 수 있는 시기인데 그걸 모르고 자기는 준비가 안됐다고 생각하죠. 그리고 또 하나는 이상이 너무 높다는 거예요. 좋은 대학 나와서 일류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자기는 그게 아니니까 방황하는 거죠. 이런 현상들을 분석해서 젊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었죠. 뭐든 시작할 수 있는 나이, 서른이라고.”
원장님의 서른 살은 어떠셨어요?
“서른이 되기 전에는 서른이면 다 끝나는 줄 알았어요.(웃음) 어떻게 사나, 청춘도 다 지나가고... 다들 그렇게 서른을 맞이하죠? 전 다행히 의대에 진학해서 다른 걸 선택할 고민없이 지나 왔어요.”
인생의 본질적 문제는 늘 같다
다음에 마흔이나 쉰의 여성을 대상으로 따로 글을 쓰실 생각이 있으신지요?
“아뇨, 나이에 대해서는 이제 안 쓸 겁니다. 사람이 산다는 건 시기별로 가지는 문제가 조금씩 다를 뿐 본질적인 것은 반복됩니다. 그 문제들이 달팽이관처럼 올라가서 나이가 들면서 해결되는 것이죠.”
그가 정신분석의가 된 데는 개인적 가족사와도 연관이 있다. 그보다 더 똑똑하고 더 예뻤던 언니. 그에 대한 선망과 질투 속에서 그는 가끔 아무도 모르게 언니의 불행을 상상해 보곤 했다. 언니는 그가 고3이 되던 해 죽음을 맞았고 그는 충격과 혼란 속에 빠졌다. 자기 때문이라는 죄책감으로 괴로웠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고 단맛도 신맛도 없이 청춘이 흘러갔다. 그런 그에게 정신분석은 애써 피해온 깊은 상처들을 마주 보게 만들었다. 차츰 일어선 그녀, 사랑이 왔다. 지금의 남편을 만난 일이다. 그는 지난 20여 년간 환자들과 마주앉아 오래된 상처 혹은 무의식이 지금의 삶과 사랑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가 알려주고 있다.
사람이 불행에 빠졌을 때 남들은 힘내라고 말하지만 정작 자신은 그 속에서 벗어나기가 힘들거든요.
“그렇죠. 제가 환자들에게 하는 말이 있어요. 겉으로는 다들 괜찮아보여도 그 속에는 다들 뭔가가 있다, 다른 사람도 당신을 보면 저 사람은 괜찮은데 나만 불행하다고 생각한다고. 정신분석은요, 그 사람이 가진 비극을 일반적인 고통으로 만들어주는 거예요. 비극 속에 사는 사람들은 자기의 고통을 일반적으로 바라보지 못해서 힘든 거니까 그걸 알게 해주죠.”
다음은 그의 책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중 한 부분. <세상에 문제없는 사람은 없다. 모든 사람이 어느 정도의 문제는 다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정신분석의 선구자인 프로이트가 내세운 정상의 기준도 약간의 히스테리, 약간의 편집증, 약간의 강박을 가진 것이었다. 그러니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부정할 필요가 없다. 다만 그것으로부터 ‘자신의 문제가 어떤 것인지 아는 것’으로 나아가면 된다.>
독자들이 선생님께 메일을 많이 보낸다던데요. 인생, 이렇게 살아라 조언도 해주시나요?
“사실 일일이 답은 못하고 읽어 보고는 있어요. 그리고 저도 인생의 답을 몰라요. 더 살아봐야죠. 다만, 나이 들수록 깨닫는 건 좀 더 행복하게 살아야겠다 정도…”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죠?
“굳이 그렇게 뭔가를 성취하려고 애쓸 것도 없고 그러다 보면 놓치는 것도 많은 것 같아요. 성공해봐야 얼마나 하겠어요? 아인슈타인이나 빌 게이츠처럼 인류 역사를 바꿀 만큼 안될 바에야 그냥 소중한 것 알고 살면 안 되겠어요? 정말 소중한 건 인간관계죠.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 그 안에서 많은 것들이 이뤄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사람관계가 가장 힘들다고 하잖습니까?
“사람관계가 힘들지만 재밌기도 해요. 현대 사람들이 힘든 건 모든 사람들이 자기를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자기가 모든 사람들에게 거절당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그러다 보니까 가까워지지 못하고 그 사람이 나를 거절하면 어떡하나 두려운 거죠. 그런데 생각해보세요. 나도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데 날 싫어하는 사람이 없을 리 없죠.”
지금의 관점으로 20대로 돌아가신다면 어떻게 사시겠어요?
“재미없죠. 20대가 50대의 관점을 가지면 재미없죠. (웃음) 20대는 20대 나름의 패기와 꿈을 가지고 살아야 하고,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는 자체가 인생이잖아요. 그 시행착오가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거예요.”
<사는 게 혼란스럽고 힘들게만 느껴지면 누구나 방황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실수를 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한다. 나를 찾아오는 환자들도 냉혹한 현실 속에서 살아남고자 최선을 다했지만 어느 순간 그것이 너무 힘들어 병적 혼란을 겪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그들을 고통스런 상황에 무릎 꿇은 패배자로 볼지도 모르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그들은 삶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그 상황과 다시 부딪쳐 싸울 힘을 얻기 위해 나를 찾아온다. 그리고 결국 제자리를 찾아간다.> -김혜남의 ‘서른 살이~’ 서문 중
100가지 인생 100가지 답
김혜남 원장의 남편은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 무료진료 네트워크를 만드는 장태일(나누리병원장)원장이다. 고려대 의대 동문으로 만나 층층시하 단칸방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남편은 젊은 시절부터 탄광촌으로 봉사단체로 뛰어다녔고, 그녀가 병마로 쓰러졌을 땐 나누리 병원의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망설이는 남편에게 김 원장은 “나는 단지 조금 불편하고 미래가 불확실할 뿐 달라진 건 없다”며 아픈 이들에게로 남편을 떠밀었다고 한다.
김 원장은 “내가 돈 욕심이 있었으면 그와 결혼 안했을 것”이라고 농을 했다. 장 원장은 현재 무상진료라는 청년기적 꿈을 이뤄가고 있고 향후 학교도 설립할 계획이라고 한다.
책을 읽고 실제 상담을 받으러 오는 경우도 있습니까?
“네. 그런데 대부분 실망해요.(웃음) 책에 보면 이런 사례는 저렇게 분석해서 해결이 되기 때문에 나만 만나면 문제가 해결될 거라 생각하시나 봐요. 그런데 그건 2~3년에 걸쳐 이뤄진 작업을 글로 압축한 거예요. 또 책엔 내가 굉장히 휴머니스트인 걸로 보이는데 막상 만나보면 정신 치료한다고 돈 받고 시간 제한하니까 좀 실망하시나 봐요.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무조건 받아주면 의지를 해서 해결이 안돼요. 의지를 한다는 건 또다른 병적인 관계의 시작이거든요.”
자기 인생이 누구에 의해 달라지지 않는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죠. 누군가가 자기를 자꾸 받아주면 해결이 안돼요. 의사가 어떤 답을 주진 않아요. 다만 그 답을 찾는 데까지 따라가 주고 답은 각자가 찾는 겁니다. 책을 읽고 나서 가장 많은 불만들이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는 건데, 글쎄요... 인생에는 답이 없어요. 100명이면 100명이 가진 인생의 답이 달라요.”
인생은 과정이다. 견디어야 하는…
원장님은 언제 가장 행복하세요? 옛날 기억도 좋고…
“음... 사랑에 빠졌을 때요. 그때는 세상이 다 내 것 같지 않나요?”
하지만 사랑에도 끝이 있잖습니까? 그래서 힘들고.
“사랑도 과정이죠. 사랑은 마음의 흐름이고 우린 그 흐름을 견뎌야 해요.”
그는 대학교 때 ‘왜 사나, 언니에게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나’며 괴로워하며 방황했다한다. 그러나 결국 ‘세상의 모든 것을 인식해보자, 다 경험해보자, 그럼 언젠가 답이 찾아질 것이고 죽을 때까지 못 찾으면 답이 없다는 게 답이겠지, 그런 생각으로 지금까지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죽음을 알면 삶을 안다, 이런 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죽음을 아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나름 죽음은 어떤 거다 추측할 뿐이죠. 인생은 과정이이에요. 죽음도 과정이고. 죽음도 삶의 연장인 게 내가 죽음으로써 다음세대가 존재하니까요. 인생은 결국 하나의 흐름 속에서 바톤을 던져주고 죽는 것 아닐까요.”
결국 견디라는 말로 들립니다.
“그렇죠. 살아보면 인생이 살 가치가 있고 그렇게 비극적이거나 슬프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되더라고요. 병들었다고 다 끝이 아니고요. 오늘 너무 선문답만 했죠?”
인터뷰가 끝나고 사진을 찍었다. 창밖을 보는 설정이었는데 병원 창밖으로 모 맥주회사의 커다란 광고판이 보였다. 모델은 장동건. 그는 낮은 목소리로 또한번 위트를 날렸다. “어머, 장동건이다!” 딸이랑 장동건을 두고 서로 자기 거라고 실랑이를 벌인단다. 그는 얼마 전 핸드폰과 USB도 새로 구입했고, 시간이 날 때면 음악을 테마별로 나눠 CD에 담아 즐겨 듣는단다. 즐거운 일을 만들기 위해서다. “시간을 끌지 말게. 화해하고 용서하게. 내 사랑하는 친구!”라는 모리 교수의 말이 떠오른다면 과한 감정의 작용일까. 하지만 솔직히 김혜남, 그의 말이 담긴 녹취기를 푸는 내내 참 행복했다고 굳이 말하고 싶어지는 것은 왜일까.
글_ 서상희 기자 / 사진_ 이창우 기자 *월간 우먼라이프
<진정으로 행복해지기 위한 13가지 조언>
1. 나에게 어떠한 불행도 일어날 수 있다.
2. 분노, 원망, 무기력을 버려라.
3. 내성적인 성격을 굳이 고치려 하지마라.
4. 평범하다는 사실을 창피해 하지마라.
5. 늘 아이처럼, 호기심을 잃지 마라.
6. 치열하게 살아라.
7. 무엇이든 한 가지에 미쳐보라.
8. 유머를 사랑하라. 인생이 즐거워진다.
9. 경청은 가장 좋은 대화법이다.
10. 외로워 하지 마라. 고독을 즐겨라.
11. 더 이상 실패를 부모 탓으로 돌리지 마라.
12. 네 삶의 흉터를 사랑하라.
13. 세상이 나아기게 하는데 기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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