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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한석준 - [특강/강사섭외/유명인/명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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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준 (아나운서)
경력
2007.06 한국BBB운동 홍보대사
2003~ KBS 아나운서실 아나운서
수상
2007 KBS 연예대상 MC부문 남자신인상
인생에 쉼표를 찍고 다시 배운 세상! 한석준 아나의 중국 유학기
가깝고도 먼 나라 중국에서 1년 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한석준은 한결 여유롭고 편안해 보였다. 대륙의 역사와 문화를 좇아 구석구석 파고드는 사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고, 몸소 체득한 경험들을 통해 다양한 인생의 깨달음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무척 흥미진진하면서도 깊고 단단했다.
짧은 공백 뒤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
장맛비가 잠시 그치고 한여름 햇살이 쨍하게 쏟아지던 7월 초 어느 날, 홍익대 인근에 자리한 조용한 북카페에서 KBS 아나운서 한석준(37)을 만났다. 2년 전 한국경제TV 앵커 출신의 아내 김미진씨와 함께 부부 인터뷰를 진행한 이후 오랜만에 다시 얼굴을 마주한 그는 깜짝 놀랄 정도로 핼쑥해져 있었다.
한석준은 얼마 전 휴직을 마치고 방송에 복귀했다. 10여 년 동안 카메라 앞에 서다가 잠시 쉬었을 뿐인데, 체중 조절부터 그 사이 바뀐 방송가 트렌드를 따라잡기까지 짧은 공백을 만회해야 하는 것들은 의외로 많았다.
“방송에 다시 적응하는 게 좀처럼 쉽지 않았어요. 스스로 몸을 좀 힘들게 하면서 정신적인 재무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몸과 마음을 다시 방송 활동을 하기 위한 상태로 되돌려놓아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체중을 10kg 정도 뺐어요. 중국에서 지내면서 체중이 많이 늘었거든요. 게다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사람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 성향이나 진행 스타일도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거기에 다시 저를 맞추기 위한 노력도 해야 했고요.”
2003년 KBS 29기 공채 아나운서로 방송에 입문한 한석준은 호감 가는 외모와 예능·교양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재치 있는 진행 실력까지 두루 갖춘 덕분에 오랜 시간 KBS 간판 아나운서 자리를 지켜오며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그랬던 그가 지난해 2월 휴직계를 제출하고 TV에서 사라졌을 때는 많은 시청자들이 아쉬워했다. 하지만 한석준은 이미 2010년 말부터 자신이 맡고 있던 프로그램에서 모두 하차하고, 중국 유학을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대중에게는 갑작스러웠던 이별이었지만 그에게는 더 늦기 전에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숙제와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도전,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한석준은 KBS 메인 MC로 2008 베이징올림픽과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을 중계하면서 중국과 중국인의 엄청난 성장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 전에도 한중가요제 진행자로 몇 차례 중국을 방문한 적은 있었지만, 두 대회를 치르고 난 후의 중국은 확연히 달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경제 규모나 큰 건물이 많이 들어선 것과 같은 외형적 발전도 물론이지만 그에게 더 충격적으로 다가온 건 바로 ‘사람’이었다.
“서울에서 올림픽이 개최되고 난 뒤 우리나라 사람도 그랬겠지만 중국인들의 자부심은 정말 그 이상으로 대단했어요. 특히 광저우에서 만난 중국인들은 자신들이 아시안게임을 치른 나라의 국민이라는 점을 무척 자랑스러워하더라고요. 자부심이나 자존심, 그리고 그에 걸맞게 행동하려는 모습이 이미 그 자체로 선진국 국민이었어요.”
1백 년 이상의 시간을 세계의 변두리에 머물러 있다가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한 지 20여 년 만에 다시 세계의 중심 국가로 올라선 그 힘의 저변이 대체 얼마나 대단한지, 그리고 과연 무엇이 중국인들을 그토록 단숨에 탈바꿈시킨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한석준은 2010년 11월 말 광저우아시안게임 중계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중국 유학을 준비했다. 당장 급하게 떠나려니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회사에 휴직 계를 내고 중국 쪽 대학교에 대해 알아보고 입학 절차를 밟는 모든 과정을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해야만 했다.
“제 머릿속은 오로지 중국 최고의 대학이라는 베이징대 아니면 칭화대뿐이었어요. 그런데 베이징대은 1년짜리 연수 코스가 모두 가을 학기에 시작하니 이듬해 9월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던 반면에 칭화대는 다행히 2월에 시작하는 봄 학기부터 곧바로 시작할 수 있어서 칭화대를 선택했죠. 서류 작성부터 제출까지 중국에 있는 지인들을 총동원해서 실시간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도움을 받은 결과 아시안게임에서 돌아온 지 정확히 한 달 만에 합격 통지서를 받았어요. 여러모로 굉장히 운이 좋았죠(웃음).”
금슬 좋기로 소문난 부부인 만큼 아내를 한국에 홀로 남겨두고 타국에서 지내다 온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테지만 오히려 아내는 그런 남편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응원해줬다. 한석준이 큰 고민이나 망설임 없이 일사천리로 유학 문제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덕분이다.
“아내는 공부하러 중국에 다녀오겠다는 저를 오히려 응원해줬어요. 공부하느라 돈을 못 벌어다 주고, 외국에 있느라 집에 신경을 못쓰게 되는 점들은 전혀 걱정하지 말라면서요. 또 1년 연수에 그치지 말고 아예 거기서 학위까지 취득해보는 건 어떻겠냐면서 힘을 보태주기도 했고요. 정말 쿨하고 멋진 아내죠(웃음).”
만학도의 열정으로 보낸 뜨거웠던 시간
KBS에 무급 휴직계를 낸 한석준은 등록금을 비롯한 모든 생활비를 자비로 충당하면서 공부하겠다는 용기 있는 선택을 하고 2011년 2월부터 베이징 칭화대학교에서 연수를 시작했다. 그러나 유학을 결심한 뒤 실제로 떠나기까지 3개월도 채 걸리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어를 제대로 배울 시간이 없었고, 막상 중국에 도착했을 때는 “니하오(안녕하세요)” 정도의 간단한 인사만 할 줄 아는 상태였다. 더구나 중국은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나라이다 보니 당장 중국어를 배우지 않고서는 생활이 거의 불가능했다.
“정말 열심히 중국어 공부에 매달렸어요. 기본적으로 학교 수업을 들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름방학에 중국 곳곳을 여행할 계획까지 세워뒀기 때문에 혼자서 돌아다닐 수 있을 만큼의 중국어 실력을 갖춰둬야만 했거든요. 그래서 오전에 학교에서 중국어 수업을 한 과목 듣고, 점심시간에 학원으로 가서 또 중국어 수업을 두 과목 듣고, 틈틈이 일대일 과외도 받았어요. 그렇게 하루에 일곱 시간씩 중국어만 파고들었더니, 중국에 간 지 4개월 반 정도 지나니까 웬만한 의사소통은 다 해결되더라고요.”
중국어를 배우는 것과 동시에 칭화대에서는 현지 대학생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연수 과정에 필요한 공부도 해나갔다. 우리나라로 치면 경영대학원이라고 할 수 있는 칭화대 내 경제관리학원에서 방문 연구자 신분으로 석사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었는데, 비교적 수월한 코스였던 덕분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2주마다 한 번씩 열리는 세미나에 참석해 중국 대학생들과 토론을 펼칠 때는 그들의 엄청난 인문학적 깊이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다들 정말 말을 잘해요.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해서 조리 있고 분명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뛰어나더라고요. 게다가 대학교 1, 2학년 학부생만 되더라도 이야기를 할 때 한시나 고사성어를 자유롭게 인용하면서 대화를 나눠요. 놀라운 점은 그 인용구들의 자세한 뜻을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학생들이 모두 알아듣고 이해하면서 자유롭게 대화한다는 거죠.”
중국에서 보내는 하루하루는 즐거웠다. 늘 단정해야 하는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잠시 내려놓은 한석준은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증에서 벗어나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었고, 수염을 기른 채 맨얼굴로 자유롭게 중국 땅을 누비며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
알면 알수록 놀라운 대륙의 역사와 문화
한석준은 1년 동안 중국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중국을 온몸으로 겪었다. 특히 어릴 적부터 즐겨 읽었던 「삼국지」에 등장하는 장소를 직접 가보고 싶다는 열망을 실천에 옮겨, 인구 천 만명이 넘는 대도시부터 소수 민족만이 살고 있는 작은 현까지 기차와 버스를 타고 하나하나 찾아다녔다. 학기 중에는 주말을 비롯한 여가시간을 이용해 가까운 곳을 방문했고, 여름방학 기간에는 8주 동안 쉬지 않고 중국 전역을 돌아다녔다.
“만화와 소설을 가지리 않고 「삼국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마흔 번 정도 읽었어요. 정말 좋아하거든요. 중국에 가서도 「삼국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그러면서 그 안에 등장하는 역사적 현장의 흔적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것은 비용과 시간 면에서 상당한 투자가 필요한 일인데, 베이징에서 1년간 공부하는 기간이 제게는 「삼국지」에 나오는 곳을 다녀볼 수 있는 최적의 기회였으니까요. 그토록 좋아하는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태어나고, 싸우고, 죽은 곳을 돌아다닐 수 있다니 정말 가슴이 벅차오르는 일이었어요.”
백 년에 걸친 시간을 배경으로 거대한 땅덩어리에서 벌어진 역사인 만큼 가봐야 할 장소는 굉장히 많은 데 비해 그에게 주어진 1년은 무척이나 짧았다. 게다가 남아 있는 지명이 정확하지 않아서 아무리 검색을 해도 현장을 찾아가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가 하면, 우여곡절 끝에 찾아서 직접 가본다 하더라도 너무 오래된 역사인데다 다른 훌륭한 문화재가 많아서인지 삼국시대의 역사적 유물과 유적은 관광지가 되지 못 하고 사라진 곳도 많았다. 하지만 한석준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모습이라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꿋꿋이 역사의 흔적을 좇았다.
“역사가 남긴 웅장한 잔해 앞에서 할 말을 잃은 적이 많아요. 여행을 다니면서 만난 중국인들이 자신들의 역사를 무척 잘 알고 있고, 거기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는 점도 놀라웠어요. 우리나라 사람들 중 일부는 아직까지도 무식하고 더럽다면서 중국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중국인들의 표면적인 부분만 보고 하는 소리예요. 막상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자국의 문화에 대해 깊이 알고 있고, 역사를 잊지 않으려고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끊임없이 되새기거든요. 가끔은 그런 그들을 보며 무섭기도 했어요.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은 앞으로 그들을 상대로 경쟁하며 살아야 하니까요.”
「삼국지」를 통해 세상을 읽고 배우는 법
한석준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한 번쯤은 「삼국지」를 꼭 읽어보기를 추천했다. 과거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읽어낼 수 있는 것처럼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아야 그들을 보다 지혜롭게 상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어려운 소설이 아닌 만화나 게임 등의 다양한 통로를 통해 「삼국지」가 결코 지루하고 어려운 책이 아니라 얼마든지 쉽고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는 흥미로운 역사서라는 점을 일깨워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간혹 게임이나 만화는 무조건 유해한 것으로 보고, 활자만 빼곡하게 채워진 「삼국지」 전집을 아이에게 사주고는 억지로라도 읽기를 강요하는 부모들이 있는데, 그런 행동은 되도록 삼가는 것이 좋다.
“저 역시 「삼국지」를 주제로 한 게임을 즐겨 하고 만화도 자주 읽었어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삼국지」와 친해지기를 바라신다면 옆에서 읽으라고 강요하지 말고 그냥 내버려두세요. 그리고 아이들에게만 권유할 것이 아니라 부모들이 먼저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죠. 「삼국지」는 옛날이야기가 아니에요. 어떤 조직이나 직장에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거든요. 서로 동맹을 맺고, 배신을 하는 등 선후배와 동료들 사이에 얽힌 다양한 이해관계가 곧 「삼국지」 속 등장인물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으니까요.”
한석준은 중국에서의 공부를 통해 자신의 삶을 보다 관조적으로 바라보게 됐다고 했다. 떠나기 전에는 자신의 발전을 위해 항상 끊임없이 무언가를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컸지만, 지금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 결국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깨달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충분히 행복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뭐랄까, 제가 좀 더 소시민적인 마음을 갖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세상은 꼭 내가 아니어도 잘 돌아간다는 걸 깨우쳤죠. 직장인의 90%가 ‘나 없으면 회사가 제대로 안 돌아간다’라는 생각을 한다고 하던데, 막상 내가 없어도 세상은잘 돌아가더라고요(웃음). 그 사실을 깨우치고 나니까 저 자신의 행복과 기쁨에 대해 더 많이 노력하게 됐어요.”
한석준은 얼마 전 자신의 여행기를 담아 생애 처음으로 책을 출간했다. 중국에서의 값진 추억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공감하고 싶은 바람에서다. 그리고 기회가 닿는다면 방송을 통해 한중관계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을 찾아 양국의 문화 교류에 이바지할 계획도 갖고 있다.
“KBS가 중국에서 하고 있는 일들의 범위가 더 넓어지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한국과 중국의 방송 교류나 프로그램 공동 제작 등에 참여하고 싶어요. 긴 역사가 얽힌 양국의 국민이 서로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이나 불편한 감정을 최대한 없애고, 서로를 더 많이 알고 이해해나가면서 상생하고 협력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인터뷰를 마치고 헤어지는 순간까지도 한석준은 중국으로 또 한 번 여행을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몇 차례나 반복했다. 1년이라는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동안 나름 할 수 있는 만큼 발품을 팔았음에도 막상 돌아오고 나니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귀여운 투정과 함께 말이다. 중국의 문화와 역사에 푹 빠진 그의 손에 조만간 또 다른 도전과 설렘으로 가득한 중국행 비행기 티켓이 쥐어질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레이디경향 ■글 / 윤현진(프리랜서) ■사진 / 박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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