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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승효상 - [특강/강사섭외/유명인/명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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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효상 (건축가, 이로재 대표)
파주출판도시 코디네이터
한국예술종합학교 객원교수
서울건축학교 운영위원
2002 미국건축가협회 명예회원
1998 런던대학교 객원교수
1989~ 이로재 대표
1974 공간연구소 대표이사
2010 제5회 에이 어워즈 인텔리전스 부문
2007 파라다이스상 문화예술부문상
2007 문화관광부 문화예술상
2001 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1991 한국건축가협회상
1990 대법원장 표창
▷'빈자의 미학'으로 유명한 건축가 승효상. 15년간 공간 연구소에서 근무하면서 김수근 문하에서 일한 뒤, 1989년 건축사무소 이로재를 개설하였으며, 4.3그룹에 참여. 파주출판사의 코디네이터로 새로운 도시 건설을 지휘한 그에게 미국 건축가 협회는 2002년 명예 펠로우의 자격을 부여하였고, 같은 해 건축가로서는 최초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주관하는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어 <건축가 승효상전>을 가졌다. 2011년에는 광주 비엔날레에서 총 감독을 역임한 바 있다. (출처: 위키피디아)
일을 사랑할 뿐....
-좌우명이나 명언 한마디.
▶스승이자 멘토인 김수근 선생은 '이성(여자)과 돈은 쫓아갈수록 도망간다'는 일대 명언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살아보니 실제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여성은 아내 최덕주뿐입니다. 돈은 쫓아가려니, 제 삶이 더 힘듭니다. 그냥 일을 사랑합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개인 재산은 사실 별로 없습니다.
-지금이 인생의 전성기인가.
▶브라질리아를 건축설계한 오스카니마이어라는 건축가는 올해 105세인데도 활발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보통 70세쯤 되는 나이에 세계적인 걸작 건축물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전 이제 환갑을 지났으며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꽃 필 때가 아닌가 여깁니다. 더 많은 영감을 받기 위해 지금도 청년의 마음으로 노력합니다.
-건축의 본질은 무엇인가.
▶건물의 형태에 있지 않습니다. 공간에 있습니다. 건물을 어떻게 예쁘게 짓느냐가 아니라 공간을 어떻게 아름답게 조직하느냐에 건축의 생명이 달려 있습니다. 저는 그 공간에서, 공간을 통해서 사는 인간들이 빚어내는 풍경을 주목합니다. 사람 냄새 풍기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원래 꿈이 무엇이었나.
▶신학을 공부하려 했습니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었지만 부모는 제가 목회자가 되는 것을 완곡히 반대했고, 누나가 건축이 제 적성에 맞는것 같다고 조언을 해줬습니다. 누나는 선견지명으로 지금의 건축가 승효상을 내다본 것이 맞겠지요?(하하하) 어릴 때 부터 그림을 잘 그렸으니 건축가가 제 적성에 딱 맞습니다.
매일신문 권성훈 기자
“해마다 이맘때면 서너 번 해외를 다녀옵니다. 이국 땅에서 ‘삶이란 뭐고 땅이란 뭘까’를 고민하는 거죠. 몽골의 7월은 들꽃 구경이 제격인 시즌입니다. 광활한 초원의 들꽃을 보면서 마음을 비우고 돌아왔습니다.”
몇 차례 인터뷰 약속이 미뤄지면서 어렵사리 만난 승효상 이로재 종합건축사무소 대표(60)는 초로의 나이에도 야생화처럼 길들여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편안한 회색 티와 검정 재킷 차림에 희끗한 머리가 잘 어울렸다.
‘용산공원의 설계 비전’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눈빛이 반짝였다. 그는 국토해양부가 지난달 실시한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전’에 네덜란드 조경업체 ‘웨스트8(West8)’과 공동으로 응모해 당선됐다. 그는 여의도 크기와 비슷한 용산공원(243만㎡)의 전체적인 컨셉트를 ‘비움’이라고 설명했다.
“용산은 서울의 중심입니다. 서울은 현재 너무나 빽빽이 들어찬 도시입니다. 그래서 도시의 심장이 될 용산공원에는 아주 기본적인 문화·휴식시설을 제외한 대부분 공간은 원시자연 상태로 비우는 방향으로 계획해볼 예정입니다. 사람들과 도시가 필요로 하는 무엇인가를 담아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죠. 공연 무대를 보면 비어 있잖아요. 그렇지만 무대는 항상 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으로 가득 채워집니다.”
용산에서는 또 환경을 복원·보전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용산공원 부지는 청·일전쟁 이후 100여년 동안 일본군 미군 등 외국 군대의 주둔으로 엄청난 훼손에 더해 설움이 쌓인 땅인 만큼 ‘원상 회복을 통한 치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과제는 ‘친환경적 비움’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얘기다.
“용산에는 260여동의 건물이 있습니다. 일부 철거를 빼고는 대부분 보존해서 역사를 기억하는 재료로 만들 것입니다. 지형적으로는 북한산·남산·한강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거점으로 재탄생시킬 것입니다.”
그는 사무실(대학로)과 가까운 동숭동 마로니에공원 인근 일식 솥밥집 도도야를 1주일에 두 번은 찾는다고 했다. 솥밥은 물론 여름철 별미인 장어, 국수 등을 푸짐하게 시켜 놓고 ‘비움의 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최근 프랑스와 몽골을 다녀왔어요. 프랑스는 서울시 공무원 30여명과 함께한 도시 답사교육 형식이었죠. 거기서 본 고즈넉한 수도원이 아직도 떠오르네요. 몽골은 아는 분이 게스트하우스를 짓기 위해 땅을 220만㎡ 정도 샀다고 해서 쉬면서 구경도 할 겸 다녀왔고요. 몽골은 한국보다 국토 면적이 7배쯤 넓은데 인구는 300만명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절반이 수도인 울란바토르에 살아요. 330만㎡나 되는 땅에서 가축을 키우며 사는 사람도 많습니다. 몽골의 초원을 지나다 보면 ‘삶이란 무엇인가, 땅은 무엇인가’라는 원초적 질문에 빠지더군요.”
▷본인의 건축철학을 얘기할 때 ‘빈자(貧者), 비움의 미학’을 언급하던데 구체적인 경험이 있으신지요.
“양친 모두 이북 출신입니다. 저는 1952년 전쟁 중 부산 피난촌에서 태어났고요. 세 살 때 기억인데 마당에 변소(화장실) 하나, 우물 하나를 놓고 8가구가 모여 살았어요. 아침마다 화장실을 차지하려고 난리였죠. 그때 공동체적 삶에 대한 이미지가 뇌리에 박혔어요. 모여 사는 삶이 사라진 이 시대에 굉장히 귀중한 경험이자 추억이죠.”
▷한국 ‘1세대 건축사무소’로 불리는 ‘공간’의 김수근 선생 밑에서 건축을 시작하셨는데….
“대학 졸업 후 공간에서 근무했습니다. 김수근 선생님이 1986년 돌아가시면서 회사를 맡으라는 유언을 하셔서 3년간 대표이사로 일했죠. 당시 회사빚이 30억원을 넘었어요. 요즘 화폐 가치로 따지면 한 300억원은 족히 될 것입니다. 사채빚을 못 갚아 사채업자들한테 두들겨 맞기도 했고, 그때 처음으로 건축을 전공한 것을 후회했습니다. 2년 정도 지나 빚을 어느 정도 정리했죠. 이후 선배(장세양)에게 회사를 부탁하고 나왔어요. 독립한 지 2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숫자에 ‘원’자가 붙으면 생각이 흐려져요. 미터(m)나 평방미터(㎡)가 붙으면 잘 보이는데…. (웃음) 음식 식겠어요. 조금씩 맛보세요. 대학로에는 젊은층을 위한 식당만 있지 우리 나이대를 위한 식당이 적은데 이곳은 ‘강추(강력 추천)’입니다.”
▷회사를 세울 때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독립할 때 마음 먹은 것은 딱 한 가지였습니다. 직원들 월급을 제때 주겠다는 것. 그래서 ‘월급을 하루라도 미루는 날이 있으면 회사문을 닫겠다’고 공언했죠. 사실 ‘공간’에서는 7~8개월 월급을 못받을 때가 허다 했어요. 집사람이 아파트 위·아래·옆집 등 돈을 안 빌린 곳이 없더라고요. 젊은 나이에 돈 꾸러 다니기가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아직까지 회사가 잘 돌아가는 것은 제가 돈에 대한 관념이 없어서일 것입니다. (웃음) 직원은 서울에 35명, 중국 베이징 사무소에 5명으로 모두 40명입니다. 이상적인 직원 수는 예수 사도들처럼 12명이라 보는데, 안 나가는 직원을 자를 수도 없고 밑에 애들을 안 뽑을 수도 없고….”
▷회사 이름이 이로재(履露齋)인데 무슨 뜻인가요.
“1992년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자택 ‘수졸당’을 지었어요. 베스트셀러인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나오기 전이어서 가난했을 때죠. ‘왜 건축가는 싼 집을 못짓느냐’고 타박하기에 지어줬어요. 그때 일부 못받은 설계비 대신 현판을 하나 보내왔는데, 전북 부안의 고택에 걸려 있던 유 전 청장의 애장품이던 그 널판 위에 이로재(이슬을 밟는 집)라는 세 글자가 새겨져 있었어요.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이 단어가 꽤 낭만적이고 속뜻도 깊어 건축사 사무소 이름으로 쓰게 된 거죠. 직원들 얘기로는 새벽에 이슬 밟는 사람은 ‘도둑놈’과 ‘건축가’뿐이라고 해요. (웃음)”
▷용산공원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습니까.
“미군이 2016년까지 1단계 철수를 하게 돼 있으니 단계별로 진행될 것입니다. 2027년 완공 때까지 15년 남았으니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죠. 브라질 수도인 브라질리아를 설계한 브라질 건축가(오스카 니마이어)는 105세인데 아직도 펜을 잡고 설계합니다. 100세 기념으로 새 장가도 갔다던데…. (웃음) 용산은 아직 군시설이 있어 현장에 들어가 땅을 조사하지 못한다는 게 아쉽습니다. 최근 서울시 일 때문에 박원순 시장과 헬기로 돌아보면서 사진도 많이 찍었어요. 그동안 관리가 제대로 안돼 땅이 오염되지 않았을까 제일 걱정스럽습니다.”
"다양한 계층 모여사는 작은 마을 설계하고 싶어"
▷네덜란드 조경업체와 공동 작업을 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는지요.“실시설계는 분야별로 하지만 큰 틀에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양사의 성격이 강해 많이 싸우기도 했어요. 현상공모 설계 기간이 짧아 기대하지 않았는데 덜컥 당선됐어요. 네덜란드에서 장시간 워크숍을 하면서 한국과 서울, 용산의 과거 역사 등에 대해 설명해줬죠. 용산의 과거 역사 회복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더니 아드리안 구즈(웨스트8 대표)도 수긍했어요.”
▷용산공원은 어떤 모습일까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림을 그릴지보다는 앞으로 용산에서 펼쳐질 풍경을 어떻게 조직하느냐가 과제입니다. 제가 설계한다고 해서 건축이 완성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무대를 만드는 셈입니다. 용산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주인공이 돼 다양한 풍경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그것이 바로 제가 할 수 있는 건축의 형태입니다.”
▷우리나라 건축문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우리나라에는 건설 정책만 있지 건축문화 정책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정부는 무엇인가를 만들고 짓고, 생산하는 ‘건설’에만 열심이고, 문화와 삶을 담아내는 공간과 도시를 만드는 ‘건축’에는 관심이 없어요. 한국의 대형 프로젝트는 턴키(설계·시공 일괄 발주) 공사가 많은데 모두 대형 건설사들만 참여할 수 있어요. 명색이 대한민국 대표 건축가라고들 말하지만, 아직 국내 대표 건축물을 설계해본 적이 없어요. 용산국제업무지구만 해도 이름 좀 있다 하는 해외 건축가들을 무더기로 불러서 무조건 초고층 건물을 설계해 채우게 했죠. 그러다 보니 지역과 문화에 대한 성찰 없이 설계한 개별 건물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모아 놓은 복합단지로 계획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아파트 설계를 한 번도 못해봤다는데….
“공동주택인 아파트에 ‘공동’이 빠져 있습니다. 100가구, 1000가구가 사는데 각자 따로 놉니다. 한국은 땅이 좁으니 고층주택이 필연적인 것은 인정합니다. 제가 짓는다면 ‘공동의 삶’에 대한 정의를 먼저 내릴 것입니다. 분양가도 무조건 비싼 게 좋은 것은 아닙니다. (웃음) 건축가는 사회·시민에게 봉사해야지, 건축주에 봉사하면 건물에 문제가 생깁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건축이 있다면.
“아파트만 들어서는 게 아니라 다양한 계층이 사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서울의 첫 원형지 보존 사업지인 중계동 백사마을도 제가 아이디어를 냈어요. 마지막 달동네까지 허물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절반은 재개발하고 절반은 옛 모습을 간직한 저층주택으로 리모델링하는 방안입니다. 앞으로 작은 마을 하나를 통째로 설계하고 싶어요. 그게 꿈입니다. 늙어서 그 마을에 직접 들어가 청소도 하고, 일종의 촌장이 되고 싶어요.”
한국경제 김진수/김보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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